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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 가뭄에 메마른 동복호…광주시민 식수 고갈 '코앞'

신현천 | 기사입력 2023/03/05 [11:03]

극심 가뭄에 메마른 동복호…광주시민 식수 고갈 '코앞'

신현천 | 입력 : 2023/03/05 [11:03]

곳곳 마른 모래톱에 갈라진 땅…취수탑도 취수구 보여

하루 저수량 최대 0.14% 감소…4일 기준 20.82% 불과

저수량 대비 사용량 단순 계산할 경우 43.5일분…'위기'

 

 

 3일 오전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호 상류 제2취수탑 주변 가장자리가 드러나있다. 광주 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를 가두고 있는 동복댐의 저수율은 이날 기준 20.96%를 기록하면서 연일 감소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동복호는 오는 5월 고갈될 위기다. 2023.03.03.

 

"동복호에 물이 이렇게 없는 건 태어나서 처음봅니다."

3일 오전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호.

겨우내 이어진 가뭄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동복호는 바싹 마른 가장자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모래로 만들어진 하얀 맨살은 오랜 시간 물기를 머금어본 적이 없는 듯 건조하고 푸석했다.

한때 강물이 세차게 할퀴면서 부서지기 일쑤였을 모래톱은 잔잔한 물살에 부서질 일이 없다는 듯 단단하게 뭉쳤다.

이따금 강한 바람이 불자 모래톱 위에 쌓인 메마른 모래가 먼지를 피우며 사방으로 날렸다.

광주 시민에게 가뭄 위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대비 악화일로다.

당시까지만 해도 물이 차있던 곳은 이날 갈라진 지표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의 수위를 알리는 주황색 부표는 말라붙은 땅 위에 덩그러니 나뒹굴었다.

 

 3일 오전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 설치된 제1취수탑이 취수구 일부를 드러내고 있다(사진 오른쪽). 지난해 11월 당시(사진 왼쪽)보다 수면 높이가 약 3.5m 낮아져 현재 152~3m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광주 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를 가두고 있는 동복댐의 저수율은 이날 기준 20.96%를 기록하면서 연일 감소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동복호는 오는 5월 고갈될 위기다. 2023.03.03.

동복호를 가두고 있는 동복댐은 현실화된 가뭄을 수치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남은 물의 양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취수탑의 수위는 현저히 낮았다.

동복댐 제1취수탑은 지난해 11월 수위 156m를 가리켰으나 이날 기준 152m~3m 사이에 머물렀다. 3개월 사이 무려 3m나 낮아졌다. 만수위(168.02m)보다는 약 15m나 낮다.

특히 수위가 낮아지면서 그간 드러난 적이 없었던 취수탑 하단의 취수구 한 쌍도 보이기 시작했다.

동복호와 가까운 관광명소인 물염적벽도 가뭄에 따른 지형 변화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수천년 동안 강물이 굽이치며 만든 붉은색 절벽은 낮아진 수위에 그동안 숨겨온 밋밋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 물염교 아래를 지나는 동복천도 실개천 수준으로 말라버렸다. 동복천이 마르면서 물염적벽을 휘감던 강줄기 또한 크게 얇아졌다.

물염적벽으로 산책을 나온 김형일(56)씨는 "어렸을 적 화순에 살면서 아내와 종종 물염적벽을 보러 왔다. 이렇게까지 심하게 물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문제없이 물을 쓰고 살아와서 가뭄 위기가 와닿지 않았다. 지역민들이 꼭 이곳에 와서라도 물이 부족한 것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일 오전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호 상류 한 줄기가 메말라 갈라져있다. 광주 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를 가두고 있는 동복댐의 저수율은 이날 기준 20.96%를 기록하면서 연일 감소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동복호는 오는 5월 고갈될 위기다. 2023.03.03.

광주시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식수 고갈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11월 1일 당시 33.4%의 저수율을 기록했던 동복댐은 4개월여 흐른 4일 기준 20.82%로 집계됐다. 4달여 만에 약 13% 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이는 평년 저수량 60%~70% 대비 약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남은 물의 양은 전체 저수용량 9935만t 중 1914만여t에 그친다. 저수율을 전산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덕남정수장 밸브고장으로 수돗물 5만 7000여t이 유실된 지난달 12일(23.26%)부터 현재까지는 하루에 0.1%~0.14% 포인트 씩 줄었다. 1% 포인트가 줄어들기까지는 약 8~9일이 걸렸다.

이같은 상황에 광주 시민 전체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은 절약을 거친 현재 44만1000여t으로 집계된다. 현재 남은 저수량에 하루 사용량을 대입, 단순히 나눌 경우 약 43.5일 분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강수량도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기상청은 지난달 3개월 전망 예보 자료를 발표하고 광주·전남의 3∼5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높겠다고 예보했다.

3월(평년 61.6∼91.3㎜)과 4월(평년 80.5∼119.2㎜)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고 5월(평년 110.1∼131.4㎜)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급기야 광주시는 영산강 하천을 끌어오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시는 지난 2일부터 매일 영산강 덕흥보 하천수 3만여t을 취수, 용연정수장에 공급하고 있다. 오는 4월 말 원지교(동구 소태동) 가압시설이 완공되면 하루 5만t의 영산강 하천수를 용연정수장으로 공급하게 된다.

시민들은 절수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동구 금남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2)씨는 "변기에 벽돌을 넣거나 음료 제조에 문제 없는 수준에서 수압을 조절하는 등 일상에서 사소한 실천을 하며 절수에 동참하고 있다"며 "제한 급수는 카페 영업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나된 마음으로 시민 모두가 절수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