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대로 떨어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악의적 도청이 아니다'고 설명하는 등 우리 정부의 저자세 대응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상대로 조사에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답한 이들은 33.6%다. 이는 지난 조사 대비 2.8%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로 리얼미터 기준 지난해 10월 셋째 주(32.9%) 이후 최저치다.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4%포인트 오른 63.4%다. '잘모름'은 0.4%포인트 오른 3%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차이는 29.8%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지난 일주일 내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 없이 하락했다. 토요일인 8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한국 정부의 정보를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즉 도감청을 통해 확보됐다고 보도한 이후 실시한 첫 조사(11일)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6.5%를 나타냈으나 이후 파장히 확산된 12일과 13일 지지율은 32.9%, 14일 지지율은 31.4%로 자꾸 떨어졌다.

 

지역별 지지율은 '대구/경북'이 48.9%로 가장 높았다. 대구/경북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47.9%)보다 높은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에 이어 2위로 지지율이 높은 '부산/울산/경남'의 긍정평가 41.3%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6.2%로 과반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봤을 때 70대 이상의 지지율을 56.6%로 가장 높았다. 60대는 42.4%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60대 응답자의 부정평가 답변은 54.3%로 긍정평가보다 많았다. 20대 지지율은 28.3%, 30대 지지율은 25.8%, 40대 지지율은 23.4%로 모두 30%를 하회했다.

지지정당별로 구분했을 때 국민의힘 지지자의 87.1%는 윤 대통령을 긍정평가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96.7%는 윤 대통령을 부정평가했다. 무당층의 72.7%는 윤 대통령을 부정평가했다. 무당층 중 긍정평가 응답자는 15.5%에 불과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주 불거진 대통령실 도감청 이슈와 관련해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자존심이 타격받았고 한미 양국의 발표 혼선으로 우려는 증폭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기대감을 고취해야 할 용산 입장에서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논란만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리얼미터 집계 기준 윤 대통령의 지지율 최저치는 지난 8월 첫째주 기록한 29.3%다.

이번 조사는 무선(97%)과 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